나는 '쟁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기술자나 장인을 깍아내리는 듯한 표현이기도 한데, 이런 비속어 같은 느낌이 선천적으로 나와는 잘 맞는다. 그렇다고 글쓰는 이들이나, 모든 기술자들을 폄하하는 뜻은 전혀 없는 순수하게 어감 자체의 고유 느낌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왠지 뮤지션이나 아티스트보다는 딴따라가 더 정감있고 마음에 든다. 그들의 애환이 서려있기도 한 것 같아서 '나는 가수다'보다는 '나는 딴따라다'라고 했으면 본방을 사수?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프로그램 자체도 지금과 같은 서바이벌, 경쟁 구도의 방식(정말 훌륭한 무대가 무엇인지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대다수 시청자의 보편적인? 입맛에 따라 평가되는)보다는 정말 딴따라들의 무대 뒷모습, 그들의 애환, 그들의 삶 자체를 담고, 그들의 음악을 함께 듣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대중에게 제공하는 것이 보다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한다. 나는 가수다는 그 구조 자체가 지니는 표현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 원판의 한계 내에서 관계자들이 최대한 잘 풀어내고 있는 듯 하다.
여튼! (난 늘 이렇게 다른 곳으로 샜다가 돌아온다.)
나같은 변태적인 초짜 '글쟁이'가 글을 쓰겠다고 죽치고 앉아 있는데,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때 되면 배고프지..... 글쟁이가 되려면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몇 일 전, 기현이형이 한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세상과 단절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조언을 새삼 곱씹어본다. 어쩌면 내가 쓰려는 작품은 공병호씨처럼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짬짬이 시간을 아끼고 아껴서 자신만의 생각을 순간의 찰나에 써내려 가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잘 안 써지니 돌아버리겠지만, 그렇게 무겁고 가벼웁게 써내려 가야겠다.
09월 30일까지 100장 분량의 초고를 마감하려면 적어도 하루에 5장 이상은 써내려가야한다. 어쩌면 그 이상 써야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부분은 좀 더 고민해서 써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다른 부분에서는 5장 이상 빼야한다. 더구나 사진까지 내가 직접 분류해야 하지 않는가!?
조금 부담스러운 촉박한 기간이다. 나란 사람은 벼락치기의 젬병이기 때문이다. 그저 매일매일 하루하루 무식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서 목표달성을 하는 스타일. 나란 존재는 마치 벼락치기와는 전혀 무관하게 설계되어 있는 듯 하다.
늘 가지는 부담감이지만, 글쓰는 것이 나에겐 늘 큰 부담이다. 왜냐하면 한마디 내 뱉는 말은 상대의 기억이든 어디든 녹음하지 않는 이상 바람에 흩날리는데, 일단 글로 써놓으면 이건 천년 만년 남아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글은 한 자 한 자 최선을 다해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늘 모자란 것 같은 것이 글쟁이의 비애이자 기회일지도 모른다. 글을 쓰겠답시고 요 몇 일동안 박스 하나 깔고 엉덩이를 땅바닥에 죽치고 앉아있어서 그런지 '온 몸으로 한 자 한 자 밀어내듯 글을 써내려 간다'라는 유명 작가의 인터뷰 내용이 눈꼽만큼은 이해가 되는 듯 하다.
버거운 목표이긴 하지만, 여태 그보다 더 한 것도 견디며 이루지 않았는가! 나는 할 수 있고, 이미 그 목표를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다.